머리를 자르면서..

 대학교 때는 대학원에 진학하면 당장의 불안과 걱정이 사라질 줄 알았고, 대학원에 와서는 취업하면 

걱정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지망은 아니였지만, 인지도있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취업활동을 끝낸 지금, 아직도 가슴 속에서는 1지망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 속 

뿌리깊이 박혀 생각할 때마다 쿡쿡 쑤시는 듯 하다.


 그동안 잘 만나지 못해 미안하던 여자친구를 위해 간만에 상경해서 여기저기 놀러다니다가 

근 2달간 길렀던 머리를 자르러 근처 미용실에 갔다.


 역 근처라 미용실이 굉장히 많았다. 들어가기 꺼려질 정도로 비싸보이는 곳도 있었고... 나는 가장 저렴한

미용실에 들어갔다. 그 곳에는 손님으로 북적거렸고, 5명의 헤어디자이너가 부지런히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머리를 자르는 1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나는 이곳이 처음부터 저렴했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자재나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중간이상 정도의 미용실이라 보여졌다. 


 저렴하다보니 컷위주로 주로 성인남자들과 꼬마들이 많았다. 


 나는 이곳에 있는 동안, 이 곳에 일하는 미용사들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변에는 굉장히 멋진 미용실들이 많이 있다. 이 곳은 그 중에서 가장 저렴한 곳이다.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미용기술이 아닌, 남성위주의 컷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대해 실망감을 가지고, 오직 더 유명하고 멋진 미용실로 가길 원하는 것일까?


 내가 바로 그런 상황인 듯 하다. 유명한 미용실이건 이 곳의 미용실이건, 헤어디자이너로서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는 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도 어느 곳이든 발휘될 수 있다.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는 일에 나는 해결되지 않을 소모적인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유명한 곳에 가면, 나는 최고의 개발자가 될 것인가? 단지 회사의 인지도를 힘들이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왜 나는 고민에 빠져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가.

 나는 너무 연약한 것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가면 정신적으로 발달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내 쓸데없던 상상에 상관하지 않고, 내 머리 손질에 몰두에 있던 헤어디자이너의 모습은 너무도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