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진로에 대해서..

 6년전인 2007년, 24살이었던 나는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사실 모든 것에 지쳐있었기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며, 관심있어하던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신주쿠 근처에 집을 구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본어학교 학생이나, 워킹,

대학 유학생, 일본에서 터전을 잡고 있던 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알바는 정해져 있었고, 매일매일 알바를

하며, 무시무시한 야찡을 견뎠다. 한국음식점 접시닦이부터, 이사짐 알바, 

향수회사에서 잡무 등, 한국에서는 해보지 않았던 알바를 했다. 대학생이

외국와서 뭐하는건지라는 생각도 해보고(내가 어리긴 어렸던 모양) 자존심도

상해보고, 제대로 학교도 나오지 않은 일본애들에게 무시도 당하고.. 멘탈이

강해질만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지긋지긋해서 한국으로 되돌아가야할텐데, 이상한 것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

더란 말이다.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이 자유로웠고, (돈만 있다면)아마 혼자서

살기 가장 좋은 나라가 일본 아닐까 싶다. 


 워킹이나, 어학원의 비자가 끝나가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일본의

생활이 편해,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한국 음식점에 취업해서 비자를 받거나, 워킹이 끝나고 어학원 비자로 돌리

는 등, 일본에 억지로라도 남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일본에서 새롭

게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으리라.


 나 역시 진퇴양난의 연속이었다. 한국으로 가자니 지금의 여친도 눈에 밟히

고, 일본 게임회사에 가고 싶다는 것도 한국에서는 꿈에나 꿀만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자, 한국 대학교를 자퇴하고, 일본에서 대학교를 갈까? 빨리 끝나는 

전문학교를 갈까? 고민할 때가 있었다. 솔직히 대학교를 다시가는 것은

돈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럼 나에겐 전문학교 뿐이었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을 마친 상태였기에, 대학원은 불가능)

 꽤 진지하게 생각했기에, 여러 전문학교 오픈 캠퍼스도 가보고, 설명회도

참석했다. 일본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졸업생이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었다.


 한국의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2일, 그 일주일 전까지도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 내가 들은 두가지 일 때문이었다.


 하나는 내가 일하던 한국식당 사장형이 말해준 것. 사장형 나이 또래의 

한 전문학교 재학생이 일본에서 취업하려고 했으나 어느 곳에서 컨택을

받지 못하고 결국 3~4년의 일본 생활 후, 비자문제로 귀국했다는 것.


 두번째 이야기는 일하던 향수회사의 40대 아저씨(나는 형님이라 불렀다.

)와 짐을 옮기고 쉬고 있을 때, "나는 일본에 오는 애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한국에서 대학교도 나온 애들이 취업하려고 다시 일본에서 전문

학교를 다닌다고. 적어도 일본에 왔으면 한국에서보다 더 좋은 곳에서

공부를 해야지." 그 분 역시, 일본 모 국립대에서 석사과정하다가 지금은

도중에 그만두고 알바를 전전하시는 듯 했다.


 나는 그분께 감사한다. 지금은 연락처도 없고, 성함도 잊어버렸지만, 

그 때 들은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3월 학기 시작을 3일 앞두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나중을 기약했다. 꼭 일본 대학원으로 돌아오길 생각

했다. 


 전문학교를 가지 않았다는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물론 전문학교를 

다니는 분들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던 게임회사들,

이 쪽에서는 아무리 학벌 안본다지만, 대학원을 다니며 의외로 쉽게

내가 원하던 곳에 취업할 수 있었다. 취업활동을 해보면 전문학생들도

잘못봤다. 거의가 대학교, 대학원생들.. 물론 실력이 좋다면 문제는

없다면 보통이라면(지금의 나처럼) 매우 힘들었으리라 본다.


 혹시 한국 대학원을 그만두고, 전문학교를 가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학력인정이 되지 않으며, 학비도 매우 비쌌다. 6년전 신주쿠에 있는 모

전자전문학교 학비가 1년에 천만원 정도였는데, 지금 일본 대학원에서

1년에 350만원 정도 낸다. 우렁각시를 생각하자. 당장은 일본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도 조금만 더 냉정히 생각하고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