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

 친구라도 주변에 있었다면, 소주나 한잔하면서 속이야기를 꺼낼텐데.. 해외라 그것도

안되니 간만에 블로그에 글이나 적어야겠다. 내일이 석사논문 최종 마감날인데, 나는

논문을 내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데 나만 못하는건 아니다. 다만 좀더

일찍 끝내고 싶었을 뿐.. 이로 인해 계획이 바뀌어졌다.


 올해 4월부터 회사에서 정식으로 일을 시작한다.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애초에 가을에 입학했으니 횟수로 1년 반정도 다녔기에 앞으로 6개월이 남았지만,

재학하며 입사하길 택했다. 연구생 6개월을 포함하여 2년동안 너무 같은 환경에서만 

지냈다. 솔직히 일하기 싫지만, 이 생활도 지겹다. 공부가 힘들고, 연구도 잘 진행이 

안되니 2년동안 뭐했나 싶다.  


 단기 졸업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일하는 시기가 결정되니 연구도 잘 안된다. 입학

할 때야 해외에서 논문 발표 한번하고 졸업하기로 목표를 잡았으나, 이젠 어떻게든

졸업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난 참 나쁜놈이다.


 계획이 이렇게 된 것은 사실 조바심 때문이었다. 연구생 입학 후, 6개월 뒤 대학원에

합격하고 10월부터 석사1년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2개월 후부터 취업활동을 시작

했다. 가을 학기라 애매한 시기였지만, 가뜩이나 츠나미와 경제 악화로 일본 학생들도

취업이 어려워진 상태였기에 외국인으로 취업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서였다.

 이번에 안되더라도 1년 더 기회가 있으니 우선 시작했다. 다행히 원하던 회사에 

취업이 되었고, 이 때부터 마음먹은 것이 단기 졸업이었다. 봄학기 입학한 학생들과

같이 졸업한다면 6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석사연구치고 너무 큰 계획을 잡았고, 잘 몰랐기에 견적도 내지 못했다. 그저 이 

정도하면 나올 것 같았다. 근데 너무 큰 오산이었다. 결과가 안나온다. 선행연구가

많지 않았기에 제대로된 연구였구나 싶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고 결과를 내지 못한 죄책감에 교수님과 면담

도 점점 늦어갔다. 그래도 뭔가는 들고가서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오늘이 왔다. 논문을 내지 못한다. 일을 시작하면 논문쓸 시간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대학원도 졸업 못하는 것이 아닌가 겁난다.

 

 슬슬 여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그동안 미루고 있던 이빈후과 진료도 받고,

비가 부슬부슬 내려 학교가기 싫은 날에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기숙사에 짱

박히기도 하고, 갑자기 라멘이 먹고 싶을 땐 집에서 인스턴트 라면으로 때우지 않고

사먹고 오기도 하고, 오사카 사는 후배도 만나 밥먹고, 이사짐 센터에 연락도 해놓

고, 도쿄에 집도 알아보고 있다.


 여기 생활 정말 편하다. 알바도 안한다. 생활비도 많이 걱정 안해도 되고, 학비도

국립이라 저렴하다. 하지만, 지금도 재학 중에 4월 입사와 9월 대학원 졸업 후

입사,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재학 중 4월 입사를 고르리라. 사회생활의 매운

맛을 단단히 보고나서야 뭔가 깨닫게 되겠지. 아무튼 지금 이 상태로 9월까지

학교에 남는다해도 뭐 대단한 거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기에..


 하나를 선택했으니, 다른 선택지에 대한 미련은 깔끔히 버리자. 이번에 졸업

못하는 것에 죄책감 가지지 말자. 내가 노력 안한 것도 있지만, 외부요인도

확실히 있었다. 그래도 회사는 다니지 않는가. 회사도, 연구실에서도 오케이

했으니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잘 되겠지. 잘 된다고 생각하자.